[Book Review] 내 마음의 무늬 – 오정희

당연한 말이겠지만, 어느 책에든 텍스트에는 작가의 분위기나 세계, 작가가 전하고픈 메시지가 담기기 마련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정희라는 작가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그녀가 가진 세계를 존경하며,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에 감동한다. 내 마음의 무늬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나는 21살이었고, 그 당시 나는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혼자 대학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들어가게 된 동양서적이라는 작은 책방에서 내 마음의 무늬를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가 평소 내가 좋아하던 오정희임을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책 제목에 반했었다. 내 마음의 무늬. 지금 내 마음은 어떤 무늬일까? 하는 추상적이고 단편적인 물음을 던지며, 충동적으로 이 책을 구매했었다. 비록 충동적인 구매였지만 책을 읽고 난 뒤,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 마음의 무늬는 아직까지도 내 책장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내 마음의 무늬는 산문집으로써 소설가이자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서 문학과 생활 사이에서 갈등을 겪던 오정희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녀는 담담하게 지난날을 관조하며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넌지시 되묻는다. 책 속에서 그녀는 글쓰기만이 자신의 남루한 삶을 구원해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에 한껏 들떠 있었던 문학소녀 시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으면서도 시간을 쪼개 창작에 매달렸던 삼십대 시절,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다시 얻게 된 자유와 고독 사이에서 방황한 중년 이후의 삶을 섬세하고도 담백하게 펼쳐낸다. 아홉 살 때 고아가 되고 싶어서 가출했던 이야기, 커피보다 우유를 좋아하는 남자가 싫어 결혼을 포기했던 이야기, 밥 짓기 싫어 남몰래 눈물 흘렸던 이야기, 10년 가까이 절필 상태에 있었던 말 못할 속사정 등은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의 세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하루하루를 생의 첫날이나 마지막 날처럼 새롭고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열망과 높은 목표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내일을 담보로 한 유예일 뿐, 남루하고 권태로운 일상의 되풀이임에 절망하며 방만하고 무위한 공상으로 날밤을 새우는 날들. 지식과 지혜를 구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하룻밤에 일생의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지만 정작 하루의 계획은 실행하지 못하고, 창조적인 삶, 불꽃처럼 뜨겁고 치열한 삶을 원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젊음이 주체스러운 한편, 준비 없이 맞을 미래에의 두려움, 중요한 시기에 시간을 낭비하고 소모하고 있다는 초조감에 쫓기는 시절. 그 나이를 이미 지난 사람들은 ‘희망과 가능성으로 푸르디푸른 아름다움’이라 의심 없이 말하지만, 삶의 실체는 잡히지 않는 채로 점차 생활인, 사회인으로서의 책무, 존재 의미를 찾고자 하는 안팎의 요구에 시달리는 20대의 생과 사랑은 얼마나 외로운가. 내 마음의 무늬 – 오정희

이 구절은 내가 몇 번이고 줄을 치며 읽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 구절을 읽으면 큰 위로가 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았던 일상들, 남들이 다 하는 것은 나도 해야만 할 것 같았던 불안감, 과연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끝없던 의심들을 종결시켜 주었던 부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20대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꿈을 잃지 않은 채 가장 자신답게 사는 일이다.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의 마음의 무늬는 어떤가?

-16대 언론사업팀 황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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